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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등 인터넷 업체 "제한적 본인 확인제로 기업 타격" 규제완화 요구했는 데…
전문가들 "악성 댓글 막는 장치… 경영과 무관"
"루머·음모론 유통돼도 포털은 책임진 적 없어… 인터넷 문화부터 바꿔야"
악성 댓글 등 왜곡된 인터넷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에 대해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 업체들이 규제 완화를 요구, 논란이 빚어 지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은 지난 4월1일 서울 한남동 다음 사옥에서 열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제한적 본인 확인제는 국내 인터넷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정면 비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차별로 쏟아 져 나오는 악성 댓글에 대해 최소한의 제한 조치를 두는 게 기업 경영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광우병 사태와 고(故) 최진실 사망사건, 최근의 천안함 침몰 사건 등 주요 사건 때마다 악성 댓글이나 게시글이 인격 살인과 유언비어를 낳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책임을 져야 할 인터넷 업계가 이런 주장을 하는 데 대해 "어이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인터넷 업계, 구글과의 '역차별' 문제 제기
인터넷 기업협회 소속 회원사들은 1일 최시중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국내법을 지키다 보니 억울하게 시장에서 밀린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다음의 동영상 서비스인 '다음TV팟'에 게시물과 댓글을 올리려면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거쳐야 하는 반면, 비슷한 구글의 유튜브 서비스는 국내법을 적용받 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유튜브 쪽으로 이동한다는 것.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일 서울시 용산구의 다음커뮤니 케이션 사옥에서 열린 인터넷기업 CEO 간담회에 참석해, 서정수 KTH 대표, 최세훈 다음 대표,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왼쪽부터 차례대로)과 손을 잡고 있다.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우리 기업들이 국내 규제에 묶여 해외 경쟁을 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구글 등 글로벌 업체들과 국내 업체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말했다고 한 참가자는 전했다.
◆"제한적 본인 확인제와 기업 경영은 무관"
전문가들은 "기업 경영과 악성댓글에 대한 사회적 규제인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한다. 국내법을 적용받 지 않는 구글의 경우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만 보면 국내 시장점유율(3월 페이지뷰 기준)이 22% 안팎으로 국내 판도라TV에 이어 2위이다. 그러나 이보다 시장이 10배 이상 큰 검색 점유율은 3% 안팎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게다가 구글은 기본적으로 남의 콘텐츠를 자신들의 사이트에 올려 놓고, 네티즌들이 댓글이나 게시글을 올리도록 해 방문자를 늘리는 방식의 서비스는 하 지 않는다. 구글은 기본적으로 검색만 제공한다. 따라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올리 지 못하 기 때문에 경영에 지장을 받는다는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논리라는 비판이다.
박정호 선문대(컴퓨터공학) 교수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 때문에 기업 경영에 지장이 있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며 "포털 사이트는 정보를 유통시키는 시장으로 시장질서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고 또 시장이 깨끗해야 장기적으로 수익성도 더 좋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루머가 여론으로 둔갑하는 인터넷 개선이 먼저
정부는 인터넷 업계의 요구에 대해 "정부 부처 내에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인터넷 규제개선 추진반을 구성해 이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논의를 하기 전에 왜곡된 인터넷 문화를 바로잡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정부가 제한적 실명 확인제를 두는 것은 한국인의 유별난 댓글 문화 탓이 크다. 미국·영국 등 외국에서도 일부 허접한 사이트는 "OO대학에서 마약하는 학생은 몇 %일까" 같은 주제로 설문조사를 하기도 하 지만, 여기서 나온 이야기가 거대 포털을 통해 여론으로 둔갑하 지는 않는다.
또 청소년들이 별다른 제재 없이 밤새 인터넷을 할 수 있는 PC방 같은 것도 없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광우병 사태, 미네르바 사건 등에서 보듯 게시판 글들이 전문가의 분석으로 둔갑한다. 여기에 음모론과 일부 전문가들의 댓글이 가세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또 인격 살인형 악성댓글로 인한 자살 사건도 이어 지고 있다.
게다가 현행 제한적 본인 확인제도 '실명제'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허점이 많다. 포털 사이트마다 복수의 ID 개설이 가능한 데다 인터넷에 떠도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하면 거의 무차별로 차명(借名) ID를 만들어 게시글을 올릴 수 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완 교수는 "포털 사이트들이 규제 개선을 요구하기 전에 그들의 사회적 의무부터 충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한적 본인 확인제란 ?
인터넷에서 댓글 등을 쓸 때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한 제도다.
광우병 사태와 고(故) 최진실 사건 등 악성 댓글이 사회문제가 되자 정부는 2009년부터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만명이 넘는 인터넷 사이트에 본인 확인제를 확대 실시했다. 하지만 댓글을 쓸 때 자신의 실명을 노출시키는 ‘실명제’가 아니라, 본인 확인 후 닉네임(별명)으로 댓글을 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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