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자신한테는 안 물어 보는 與野 [청문회서 '도덕' 외치고 방탄국회 비난했던 민주]
'학교 공금 80억 횡령 혐의' 강성종 체포 동의안에 "흉악범도 아닌 데…" 감싸 與도 미온적… 가결 미지수
여야(與野)는 정기국회가 시작된 첫날부터 민주당 강성종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놓고 신경전을 펼쳤다. 민주당이 사학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강 의원의 구속 수사를 반대하며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 기 때문인 데, 청문회 때 서슬 퍼렇게 여권의 도덕성을 문제 삼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제 눈의 '들보' 못 보는 민주당
한나라당 이군현,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정기국회 의사일정 등을 합의했지만 학교운영비 8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선 접점을 찾 지 못했다. 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이날 오후 정기국회 개회식에 이어 열린 본회의에 자동 보고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보고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후~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4일 오후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동의안을 처리하 지 않으면 동의안은 자동 폐기된다. 민주당은 이런 규정을 이용하겠다는 계산인 지 이 날 이후의 본회의 일정을 합의해 주 지 않았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날 언론 인터뷰에서 "(강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란 것은 징벌적 의미가 강하다"며 "흉악범이 아니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기소가 원칙이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5대 국회 때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서상목·정형근 전 의원 등을 보호하 기 위해 열었던 방탄 국회를 맹비난하며 "방탄 국회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던 민주당으로선 '말 바꾸기'란 비판을 면하 기 어려워 보인다. 또 과거 국회에서 논란이 됐던 체포동의안은 그 혐의가 정치 쟁점이었던 경우가 많았 지만 이번엔 정치적 사안과는 전혀 무관한 개인 비리란 차이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세청 대선자금 모금사건인 이른바 '세풍'사건과 관련된 서상목 전 의원이나 정부의 언론 장악 논란이 일었던 '언론대책문건' 사건 등과 연루된 정형근 전 의원 등에 대해선 '정치적 사건'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지난 정부 시절에 당의 사활을 걸고 사학 비리 척결을 위한 사학법 개정안을 추진했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홍 최고위원은 "그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이 바로 강 의원"이라며 "민주당이 존재 가치를 망각하는 행동은 안 했으면 한다"고 했다.
◆'우물쭈물' 한나라당, 이 번엔?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 날 기자간담회에서 "내일(2일) 본회의를 단독으로라도 소집해 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기국회를 잘 진행하기 위해 야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이 문제는 타협할 일이 아니란 당내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민주당이 계속 소집해온 방탄(防彈) 국회를 묵인해 왔고, '여야 협조'란 명목으로 검찰에 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 지 말도록 권유했던 전력에 비춰 볼 때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국회는 1995년 당시 민주당의 박은태 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후 현역 의원에 대한 28건의 체포동의안을 모두 부결 또는 폐기 처분한 전례가 있다.
여야가 상대 당 의원들의 비리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선거 등에 활용하면서도 정작 사법 처리에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동료 의식을 보이며 감싸줬 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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