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master (2010-07-30)
(녹색유럽, 녹색미래) (1)
 


탄소배출 제로·계층별 맞춤주택… 낙원을 꿈꾼다
주택 95% 태양광 발전, 거대한 습지가 정수장 역할
하수처리장 시설도 없어…
노인·저소득층 주택 할당, '우리의식' 강조 새 사회 지향

주택의 95%가 벽과 지붕에 다양한 생김새의 태양광 발전판을 이고 있는 도시가 있다. 올가을 풍력발전기 3기를 세우고 나면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게 되는 도시. 소득차·연령·장애를 뛰어넘어 모두가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도시. 네덜란드 북부 헤이르휘호바르트(Heerhugowaard)시의 계획 주거단지 '태양의 도시'(Stad Van De Zon)다.

7월 네덜란드의 태양은 높고 뜨거웠다. 헤이그에서 한 시간 반 거리, 기차를 한 번 갈아타고 내린 헤이르휘호바르트 역에는 이곳이 세계 최대의 태양광 주거단지임을 알리는 표지판 하나 없었다.

하지만 횡단보도를 몇 번 건너 '태양의 도시' 안에 들어서자 더운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단지 넓이의 절반을 넘는 1.7㎢가 물과 숲이 이어지는 '달 공원'(Park Van Luna)입니다. 주민들이 수영을 하고 카누를 타는 휴식 공간일 뿐 아니라 도시 온도를 조절하는 자연 냉풍기 역할도 하죠." 헤이르휘호바르트 시청 한스 얀센(Jansen) 홍보관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돌아보는 동안 연방 싱글벙글했다.

'태양의 도시' 구상은 1990년대 초 시작됐다. 인도 출신 도시계획가 아쇼크 발로트라(Bhalotra)가 마스터 플랜을 세우며 붙인 이름이 '태양의 도시'. 업적이 필요한 정치인과 "자부심이 필요한" 주민들이 모두 만족했고, 그대로 행정구역 명칭이 됐다. 작년 9월 빌렘 알렉산데르(Alexander) 황태자가 참석해 1차 1600가구 입주 기념식을 열었다. 순차적으로 총 30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태양의 도시' 집들은 일반 주택보다 30% 이상 에너지 효율이 높다. 집집마다 평균 5000유로(약 730만원) 정도 비용을 들여 태양광 발전판을 얹었다. 발전판들은 집 생김새나 도시 미관과 최대한 조화를 이루도록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태양광으로 얻는 전력 3.5㎿에다, 올가을 2.3㎿ 짜리의 풍력발전기 3기까지 세우고 나면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게 된다. '탄소 중립'(carbon neutral·화석 연료 소비로 인한 탄소배출이 '0'인 상태) 도시로의 변신이다.

태양의 도시엔 하수처리장도 없다. 도시의 하수와 크고 작은 운하의 물은 달 공원 동쪽의 거대한 습지로 흘러든다. 거대한 자연 정수장이다. 주민들은 습지를 거쳐 나온 깨끗한 물에 거리낌 없이 뛰어들어 수영을 한다. 단지 내 상가에는 폐열을 재활용하고 전기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완성한 세계 최초의 100% 탄소 중립 수퍼마켓도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근처 중소도시에서 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찾아 이주해왔다. 2007년 입주한 태양의 도시의 첫 주민 리하르트 스위프(Sweep·43)는 "애완견을 데리고 호숫가를 산책할 때마다 대도시를 떠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가로운 표정의 노부부. 물길 너머 파란 태양광 발전판을 얹은 집들이 보인다. 네덜란드 북부 헤이르휘호바르트에는 세계 최대 태양광주거단지 ‘태양의 도시’가 있다. 소득 수준이나 나이, 장애·비장애 등의 구분을 뛰어넘어 새로운 사회 디자인을 목표로 기획됐다. 한여름에도 수변공간은 선선해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점퍼를 챙겨 입는다.

태양의 도시의 지향점은 단순한 저탄소 녹색 도시가 아닌 녹색 '사회기획'(social planning)에 가 닿아 있다. 도시는 처음부터 소득 수준, 나이 등 조건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도록 디자인됐다. 주민의 약 3%는 장애인과 노인. 또 전체 3000가구 가운데 770여가구(약 27%)가 '사회 기여 프로그램'에 할당돼, 저소득층이나 사회에 첫발을 딛는 신혼부부 등을 위한 임대 주택으로 지어졌다. 일반 분양 주택값도 한 채에 13만유로부터 40만유로까지 다양하다. 보트 선착장이 딸린 성(城) 같은 고급주택이 있는가 하면 한국의 다세대 주택을 똑 닮은 집도 많다.

이들이 모두 단지 내 같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같은 식당과 수퍼마켓을 이용하며, 시청 건물 안의 공공 도서관과 카페에서 함께 어울린다. 식당 등 단지 내 편의시설은 대부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고용한다. 태양의 도시는 올 상반기에만 유럽·아시아·아메리카 등 세계 각국의 정부·기업·대학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온 방문단을 100여차례 맞이했다.

라인트 멜레마(Mellema) 시 마케팅국장은 "우리 도시 디자인의 철학적 바탕은 네덜란드 고유의 공동체 의식 '와이 헤볼(Wij Gevoel·우리 의식)'"이라며 "태양의 도시는 단순한 교외 주거단지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저탄소 미래 도시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webmaster EU집행위 에너지국 매니저
"기업은 저탄소 경제에 적응하려면 큰 비용이 들지만, 도시는 비용보다 이익이 더 큽니다.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기회로 삼을 수 있어요."

유럽연합(EU)이 가장 큰 공을 들이는 국제 협력사업 중 하나가 '시장 서약'(Covenant of Mayors) 프로젝트다. 28일 현재 유럽에서 중국·남미까지 전 세계 1857개 도시와 마을이 가입해 서로 경험을 나누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한 시골 마을에서 바이오가스 발전소 건설사업이 성공을 거두면 곧바로 프랑스 지방도시의 폐기물 가스 재활용 발전소 건설에 응용되고, 독일의 한 도시가 냉장고를 에너지 고효율 제품으로 바꾸는 가정에 현금으로 보상하는 사례가 알려지면 불과 1~2년 새 유럽 전역의 도시에 비슷한 시책이 확산된다.



EU 집행위원회 에너지국의 페드로 바예스테로스 토레스(Torres) 프로젝트 매니저는 "대규모로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산업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유럽은 불과 20~30년 전까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던 산업 분야에서 대부분 한국 등 신흥경제국에 추월당했습니다. 한국도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에 따라잡힐 수도 있어요. 수십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며 좀 더 안정적인 '녹색 지역경제'를 구축해야 해요."

여기서 EU가 주목하는 것이 도시가 가진 가능성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토레스 매니저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예로 들었다. "2000㎿급 원전을 지어 가동하면 통상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15~25년이 걸립니다. 같은 자원을 도시의 건물·전기·교통 기반시설을 녹색화하는 데 투자하면 3~6년이면 회수해요. 원전 건설에는 수백명이 고용되지만,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면 수만명의 일자리가 생기죠. 녹색 경제 쪽이 더 안전하고 수지맞는 투자입니다."

토레스 매니저는 "선진국일수록 녹색 지역경제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 서약'에는 중국 도시도 3곳이 가입해 있다. 한국 도시들도 많이 가입해 경험을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0-07-30
 
이름
비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