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master (2010-04-29)
아이에게 배우는 법질서 아이에게 배우는 법질서
  (김기섭 님 작성) - 법질서와 관련 감동을 주는 글 당선작

지난달 중순쯤의 어느 날... 전 날 철야까지 일을 한 터라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쉬는 데 바깥이 소란스러워 나와 보니 집 근처 골목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여기 저기로 흩어 져 뛰어 가더군요.

자동차 뒤로, 큰 나무 뒤로, 또 어떤 아이는 노인정 건물 뒤쪽으로 뛰어 가서 숨었습니다. 숨박꼭질하는 모양입니다. 술래를 찾아 주위를 둘러 보니 놀이터 의자에 어떤 꼬마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습니다. 저는 그 아이 곁으로 갔습니다.

한 참 숫자를 세던 술래가 된 아이는 잠시 쉽니다. 끝났나 싶었는 데, "하나. 둘. 셋. 넷..."하며 처음부터 숫자를 다시 세기 시작하더군요.

한 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든 아이가 주위를 휘이 둘러 보 기에 궁금한 걸 물어 봤습니다.

"몇까지 세었니?" "백까지요."

"그런데 왜 아까 다시 하나부터 세었어?" "잘못 세어서요."

아이의 대답이 가슴을 쿵 때리더군요. 숫자를 세다가 중간에 잠깐 빼먹었나 봅니다. 그렇다고 열도 아니고 스물도 아닌 백이라는 숫자를 처음부터 다시 세 기 시작하다니!

아무도 보 지 않았 지만 그 아이는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려 했던 것이죠.

검게 그을린 얼굴이 어찌나 씩씩해 보이던 지 또 한 마디 던져 보았습니다.

"애들 어디로 갔는 지 알려 줄 까?" 아. 그런데 이 아이가 끝까지 나를 감동시키더군요.

"괜찮아요. 제가 찾아야 재미있 지요. 그게 우리 규칙이거든요."

그리고 이내 힘차게 뛰어 가더군요.

애들이 흩어져 간 반대쪽으로...


애들이라고 그저 어리고 철없다고만 생각하기 쉽 지만, 아야기를 나눠 보면 어른들의 차고 굳어 진 감성과 삐뚫어 지고 변색된 마음과는 달리, 정찰 착하고 따스하고 올 곧은 생각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아이가 다시 이쪽으로 뛰어 옵니다. 친구들을 찾았느냐고 물었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아직이요."하고는 저만치 뛰어 갔습니다.

후끈 후끈 찌는 날씨속에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을 내 가슴으로 날려 주며 뛰어가는 아이를 볼려니 저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 졌습니다.

뉴스등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의 공동의 약속이자 의무랄 수 있는 법질서를 너무도 쉽게 어겨버리는 비일비재한 모습들을 보면서 저 역시도 비난도 하고 한탄도 하 지만 정작 저조차도 생활하면서 적당하게 편법과 탈법이 몸에 익숙해져 법질서란 그저 적당히 지키고 때로는 슬쩍슬쩍 어기며 살아도 그것이 세상을 사는 지혜처럼 치부했었다는 생각에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숨바꼭질의 술래였던 그 아이의 누가 보던 말던 원칙을 지키고 정직할 수 있는 자세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한 법질서에 대한 바른 마음이겠 지요.

원칙을 지키고 정직한 우리 동네 숨박꼭질의 술래였던 꼬마에게서 법질서를 지키고 살아야할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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