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 “법과 원칙 존중받는 행복한 세상 만들 기에 앞장 서겠습니다”
(재)행복세상 이사장 김성호-고대교우회보 6월호 인터뷰 내용임
소년의 집은 가난했다. 과일상자에서 뜯어낸 판자로 바람과 햇볕을 가렸고, 집 한 가운데로는 하수가 흘렀다. 체구가 작아 친구들에게 놀림도 받았다. 그러나 소년은 포기하 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구해 줄 길은 법이라 믿었다. 바로 김성호 이사장의 이야기다.
김 이사장은 6·25 무렵 경남 남해에서 태어 났다. 6남매 중 유일한 사내로 태어 난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부산으로 건너 갔다. 그러나 곧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며 판자로 이은 오두막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초등학교 땐 친구들 집을 옮겨 다니며 공부를 도와 주고 신세를 지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집안 사정은 중학교 진학마저 허락 지 않았다. 입학금 5300환이 없어서 였다.
낙담한 그를 구해 준 것은 인근 교회의 천막교실이었다. 차고와 천막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으나, 김 교우에게는 ‘행복했던 시간들’로 기억한다. 다행히 그 천막교실은 후에 ‘브니엘 실업고등학교’로 정식인가를 받게 됐고, 1968년에는 내내 염원해 오던 고려대 법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고려대에서 생활은 어땠을 까. 김 교우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술, 방황, 구도(求道)’로 요약했다. “돌이켜 보면 인간적인 고민, 아니 지, ‘개똥철학’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특히 <데미안>의 극중 인물 ‘싱클레어’에 깊은 공감을 했다고 한다. 그에게 싱클레어는, 방황하고 고뇌하는 인간 그 자체였다. 그런 기나 긴 고민과 방황 끝에 사법시험에 뛰어 든 김 교우는 1974년 합격, 79년에 검사로 발령받아 기나긴 법조인의 삶을 시작했다.
김 교우는 현직 검사시절 수많은 유명사건을 처리했다. 그 중 김 교우는 전·노 두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사회적 파급력이 굉장히 컸던, 힘든 사건이었 지만, 누구든 법을 어겼을 때는 엄격히 처벌해야 질서가 바로 선다고 믿었습니다.”
공직생활 내내 김 교우는 항상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때문에 때론 너무나 뻣뻣하다는 주변의 질타를 받 기도 했고, 인사철에는 보이 지 않는 불이익도 감수해야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소신은 결국 그를 법무부 장관의 자리에 올려 놓았고, 두 개의 별명도 함께 가져 다 줬다. ‘김폴레옹’과 ‘작은 거인’이 그 것이다.
이런 김 교우의 굳건한 신념은 그가 평소 주변인들에게 선물하는 ‘불고 (不觚)’ 술잔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불고’는 논어(論語) 옹야(雍也)편의 ‘고불고(觚不觚)면 고재고재(觚哉 觚哉)아’에서 유래한 말이다. 고대(古代)에는 술잔을 동물의 뿔로 만들어서 대부분 모가 나있었는 데, 전국시대에 들어 와 술잔에 모가 없어 지 기 시작하자 공자는 “모가 없는 술잔을 어찌 술잔이라 부를 수 있겠느냐”고 말하며 ‘의식(意識)과 제도의 부조화’를 지적했다.
김 교우는 이를 우리나라의 법질서 의식에 빗댄다. “아직까지 떼법과 정서법이 없어 지 질 않고 있어요.
제가 ‘불고’잔을 선물하는 데에는 다함께 온전한 법치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즈음 나이에 고위직을 두루 거친 경력으로 변호사를 개업해 여생을 비교적 편안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김 교우는 여기서도 자신만의 고집을 놓 지 않았다. 그는 민간인으로서라도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나라, 기업하기 좋은 나라, 모든 국민이 안전한 삶을 누리고 약자가 보호 받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본분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지난 2007년 겨울, 민간단체 재단법인 ‘행복세상’을 발족시켰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며 김 교우는 한고청향(寒苦淸香)과 노블리스 오블리쥬(Noblesse Oblige)의 두 가지 말을 교우들에게 전했다. “매화는 추운 겨울의 고통을 겪어야 맑은 향기를 냅니다. 어려운 고비마다 잘 참고 견디면 자신의 진가가 드러 날 때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또한 법과 원칙을 지키는 데 우리 교우들이 솔선수범하 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한평생 준법과 질서의 수호자가 되고자 달려온 김 교우. 그가 만들고자 하는 행복세상이 꼭 이뤄 져 온 국민이 웃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빌어 본다.
<대담 : 김진국 고대교우회보 편집국장, 정리 : 정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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